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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건강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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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치석(calculus), 고고학의 햇살
작성자 닥스메디 등록일 2022.10.26 조회수 122506

1. 치석(calculus, 齒石) 은 한마디로 치아에 붙어있는 돌덩어리다. 치석은 치태(dental plaque, 플라크) 가 오랜시간에 걸쳐 뭉치고 단단해 지면서 만드는 것이다.

2. 입안에 남은 음식찌꺼기와 세균들이 뭉쳐서 치아에 붙어있는 것이 치태인데, 치태가 침이나 물, 다른 음식, 칫솔질에 의해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으면 점차 쌓이고, 그것이 오랜시간 굳어지면, 돌덩어리처럼 단단해 진다.

3. 치과에서는 당연히 치석이나 플라그를 제거해 주어야 한다. 그 자체가 세균덩어리일 뿐더러, 다른 세균이 붙을 수 있는 또다른 표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제거하는 술식이 잘 알려진 스케일링(Scaling).

4. 치석을 제거하려는 치과와 달리, 치석을 아주 유용하게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고학자들이다. 치석은 단단하기 때문에 잘 보존될 수 있어 최근의 고고학자들은 과거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는 화석뿐만 아니라, 치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화석 속의 DNA 를 추출하여 분석하기 위한 재료로 호박(amber, 琥珀) 속에 뭍여있는 곤충이나 식물, 동물 똥의 화석, 뼈와 치아들이 이용되는데, 최근에는 치석도 그중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Warinner, Speller et al. 2015) 현재까지 발견된 치석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1200만년전 것이라 한다. 화 석속 치석 안에는 최소 1만년전의 세균과 음식화석들이 남아있다고 하니, 치석은 최소한 인류의 진화흔적을 찾는데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Warinner 2016)

5. 치석은 과거 인류의 조상들이 무엇을 먹었는지를 바로 알려준다. 예를 들어 4만년전 멸종했다는 네안데르탈인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지만, 치석연구는 그런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준다. 벨기에 지방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치석에서는 코뿔소나 산양 같은 육식의 흔적이 발견되어 초원지방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스페인 지방의 네안데르탈인의 치석은 버섯이나 잣 같은 채식을 주로 했음을 보여주고 육식의 흔적은 없다. (Weyrich, Duchene et al. 2017)이들 역시 현생 인류가 그런 것 처럼 자신이 살았던 공간에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먹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6. 치석은 또한 네안데르탈인의 구강미생물도 보여준다. 현생인류의 구강에는 문(phylum) 수준으로 보자면, 박테로이데테스와 퍼미큐테스가 많고, 그에 반해 네안데르탈인의 구강에는 액티노박테리아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Weyrich, Duchene et al. 2017) 이런 네안데르탈인의 구강미생물 분포는 현생인류보다는 침팬치에 더 가까웠다. 물론 이것만으로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보다는 침팬치에 더 가깝다고 할 수 는 없지만, 네안데르탈인의 먹는 것과 구강의 환경은 현생인류와는 거리가 먼 것은 분명하다.



(그림.(Weyrich, Duchene et al. 2017) 침팬치와 네안데르탄인과 현대인의 구강미생물 분포. 구강미생물로만 본다면, 네안데르탄인은 사피엔스 보다는 침팬치에 더 가깝다.)

7. 실제론 현생 인류의 구강상태는 그 전까지 살았던 그 어떤 생물체와도 다를 것이다. 지구역사상 매일 3번 화학제재로 칫솔질을 하고, 1년에 한두번씩 치과에 가서 스켈링을 한 종은 없었을테니까. 구강미생물은, 사피엔스의 출현 이후 현대까지 오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변화를 해 왔을 것인데,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농경과 산업혁명이다.(Adler, Dobney et al. 2013)


 

인류사 전체에서 농경의 시작과 산업혁명이 가장 큰 변화였듯이, 구강미생물로 보아도 그 두번의 사건이 가장 큰 변화였다. (왼쪽) 현대인들의 입속세균의 다양성이 중세인들에 비해 떨어진다. (오른쪽) 충치균 뮤탄스와 진지발리스가 농경시작 싯점이후 대폭 증가했다. (Adler, Dobney et al. 2013)

8. 쌀과 옥수수, 밀이라는 탄수화물을 안정적으로 먹기 위해 시작한 농경은 사피엔스라는 종의 수를 대폭 늘리는데 기여했지만, 또 그만큼 구강내 병원균을 대폭 늘리는데 영향을 미쳤다.(Adler, Dobney et al. 2013) 구강병원균들 역시 탄수화물이라는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석연구는 농경이 시작된 이래로 입속세균중 충치를 만드는 뮤탄스(S. mutans) 가 대폭 늘었고, 충치가 그 전에 비해 10배가량 늘었음을 보여준다. (Warinner 2016) 또 치석연구는 잇몸병의 주범으로 꼽히는 구강미생물, 진지발리스(P. gingivalis) 의 수가 농경이 시작된 이후 대폭 늘었음도을 보여준다. 진지발리스는 기원전 5000년 전부터 남미인의 치석에서 발견되고 중세시대 유럽인의 치석에도 발견되기도 하니, 사피엔스와 진지발리스는 참 오래된 악연이다.

9. 인류의 구강미생물 군집은 농경의 시작에서 중세까지 놀랍도록 비슷한 상태를 지속한다. 그러다가, 산업혁명이후 한번 더 커다란 변화를 겪는데, 전체적으로 세균의 다양성이 대폭 떨어지게 된다. 다양한 종류의 세균이 존재해야 건강한 구강미생물 생태계가 유지되는데, 그와는 반대방향의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Adler, Dobney et al. 2013) 일례로, 라트비아 공화국의 무덤에서 중세인들의 치석을 채취해 현대인들의 치석과 플라크속 입속세균을 비교한 사례가 있다. . (Kazarina, Petersone-Gordina et al. 2021) 중세인들의 구강에서 Olsenella sp. oral taxon 807 란 세균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현대인들의 구강에는 잘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중세인들의 구강에서 더 다양한 구강미생물이 존재했다.

10. 현대인들의 구강세균들만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화석화된 똥(coprolite) 은 현대인의 장내세균이 침팬치 장내세균 종류의 57%만 가지고 있고, 중세인들의 장내세균들 보다 다양성이 훨씬 떨어짐을 보여준다.(Pennisi 2022) 현대에도, 이탈리아 피렌체의 아이들이 아프리카 부르카나파소(Burkana Faso) 에서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는 아이들보다 장내세균의 다양성이 훨씬 떨어진다. (De Filippo, Cavalieri et al. 2010) 현대 호모사피엔스는, 지구를 압도하는 힘으로 많은 생태계의 다양한 생명들을 멸종 시켰듯이, 항생제와 항균제품으로 자기안의 미생물들도 멸종시켜 가고 있지 않을까.

11. 어쨌든, 일생동안 조금씩 쌓으며, 수많은 미생물의 유전자를 담고 있는 고대인의 치석은 그 화석의 주인공이 일생동안 무엇을 먹었고,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 추적해 볼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


(그림. 옥수수 농경의 시작과 함께 충치의 빈도수가 대폭 증가한다.)(Warinner 2016)

Adler, C. J., et al. (2013). "Sequencing ancient calcified dental plaque shows changes in oral microbiota with dietary shifts of the Neolithic and Industrial revolutions." Nat Genet 45(4): 450-455, 455e451.

 

De Filippo, C., et al. (2010). "Impact of diet in shaping gut microbiota revealed by a comparative study in children from Europe and rural Africa."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7(33): 14691-14696.

Kazarina, A., et al. (2021). "The Postmedieval Latvian Oral Microbiome in the Context of Modern Dental Calculus and Modern Dental Plaque Microbial Profiles." Genes (Basel) 12(2).

Pennisi, E. (2022). "Modern city dwellers have lost about half their gut microbes."

Warinner, C. (2016). "Dental calculus and the evolution of the human oral microbiome." Journal of the California Dental Association 44(7).

Warinner, C., et al. (2015). "A new era in palaeomicrobiology: prospects for ancient dental calculus as a long-term record of the human oral microbiome."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370(1660): 20130376.

 

 

Weyrich, L. S., et al. (2017). "Neanderthal behaviour, diet, and disease inferred from ancient DNA in dental calculus." Nature 544(7650): 357-361..

 

 

출처 : 사과나무의료재단 김혜성이사장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