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구강세균관리’ 캠페인 나선 나성식 구강세균관리포럼 대표,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황인성 닥스메디 대표
왼쪽부터 황인성 ㈜닥스메디 대표, 나성식 구강세균관리포럼 대표,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박경만 선임기자
연간 1700만명 국민이 치주염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치과의사·치과위생사·대학교수·연구원 등이 “입속 건강이 전신건강을 지배한다”며 입속 세균관리 대국민 캠페인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구강세균관리포럼’이란 단체를 만들어 올해만 세 차례 입속 세균 관리 포럼을 여는 등 연구와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이 단체에는 치과병원, 대학, 연구소, 기업 등 치과 의료계 관련 종사자 등 3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입속 세균 관리 홍보와 산학협력 연구에 앞장서고 있는 나성식 구강세균관리포럼 대표와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황인성 ㈜닥스메디 대표를 지난 21일 경기 고양시 사과나무치과병원에서 만났다.
치의학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 답이 있다’며 4가지 입속 세균 관리법을 꼽았다. 즉 올바른 칫솔질과 합성 계면활성제가 없는 치약과 알코올성분이 없는 가글 사용, 세균 박멸을 위한 항생제가 아니라 세균의 균형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등이 그것이다.
치과병원장으로 장애인 구강건강 증진을 위해 2003년 설립된 스마일재단의 이동진료봉사단장을 겸하고 있는 나성식 대표는 “단순히 치아만이 아니라 구강 전반의 관리가 중요하다. 전국의 치과병원과 협업해 구강 건강 메시지를 지속해서 전달하겠다”며 캠페인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치아 건강을 위해 칫솔질이 가장 중요하다. 음식물 찌꺼기 제거뿐 아니라 치주포켓(치아와 잇몸 사이) 안과 잇몸을 잘 닦아 유해 세균을 제거해줘야 한다. 또 현재 시판되는 합성 계면활성제 치약이나 알코올이 함유된 가글은 구강점막을 자극하고 구강 면역을 악화시키므로 천연 성분의 치약과 무알코올 가글 등 구강용품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전신건강까지 영향을 주는 입속 세균관리로 세균의 균형을 이루어야 구강과 장이 건강할 수 있다”며 “구강 유해균을 억제하고 구강 면역을 증진하기 위해 공생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속 세균 관리 캠페인을 처음 제안한 김 이사장은 “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연간 1700만명 이상이 만성염증인 치주염으로 치과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만성염증은 만병의 원인이라 할 만큼 여러 문제를 만들며 특별한 원인을 찾기 어려워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만성염증 주범으로 식품첨가물 덩어리들인 초가공식품과, 세균을 포함한 미생물을 꼽았다.
지난해 포럼 만들어 캠페인 앞장
올해만 구강세균관리 포럼 세차례
치과의사·연구자 등 300여명 참여
“초가공식품·세균이 치주염 주범
올바른 칫솔질 등 자기관리 중요
천연성분 치약·무알코올 가글 권장”
“세균 중에서도 위산 같은 몸의 검색 장치를 거치지 않은 입속 세균은 장내 세균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해 세균 비율이 높습니다. 현재 보고된 구강세균은 774종인데 이 중 유해균들이 치주염 같은 만성염증을 만들고 혈관이나 소화기, 호흡기를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갑니다.” 그는 “과거 무균의 공간이라 했던 건강한 폐에도 세균이 살고, 세균의 출처는 구강이다. 그런 세균들은 우리 몸의 면역이 약해지는 틈을 타서 몸 곳곳에 문제를 만든다”며 “대표적으로 푸소박테리움이라는 입속 세균은 대장암을 만드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고, 진지발리스라는 구강 유해균은 인지기능 장애, 심지어 치매의 원인균으로도 지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그의 주장은 최근 장누수증후군(leaky gut)에 빗대어 잇몸 누수(leaky gum)란 개념으로 국제학술지 <셀스>(Cells)에 실리기도 했다.
그는 잇몸염증이나 발치 뒤 항생제를 처방하는 치과병원의 관행을 두고도 “높게는 90% 정도까지 적정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고 비판했다. 사과나무치과병원은 지난해 서울대·연세대 치과대학과 함께 구강 마이크로바이옴(몸속에 사는 미생물의 유전정보)과 전신질환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위한 국책사업으로 ‘구강 유래물 은행’을 국내 최초로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황 대표는 “구강질환과 구강 마이크로바이옴, 전신 마이크로바이옴의 관계들이 밝혀지면서 이들이 구강질환이나 전신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가 이제 막 본격화하고 있다. 연구 데이터가 쌓이면 의학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의학과 치의학, 생화학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가 제각각 진행돼 치매나 췌장암 같은 경우 각자의 영역에서는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몸은 하나이니 협업 작업을 통해 퍼즐을 맞춰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결국 마이크로바이옴이란 키워드로 메디칼과 덴탈이 하나로 모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치의학 전문가들은 입속 세균 검사의 의료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나 대표는 “1년에 신생아가 약 26만명이 태어나는데 요람에서 무덤까지 입속 세균관리가 필요하다. 당장 전 국민 의료보험 적용이 어려우면 임산부부터라도 구강 세균관리를 시작해 태어난 아이와의 상관성 등 추적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선임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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