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체내 '만성염증'이 지목되고 있다. 만성염증은 류마티스관절염, 크론병 같은 염증성 질환은 물론이고, 심뇌혈관질환부터 암까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실제 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만성염증 수치(CRP등)가 높은 사람이 모든 암의 발생과 사망 위험이 남성은 각각 38%·61%, 여성은 29%·24% 높았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만성염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만성염증을 관리하는 핵심은 '식습관'이라고 말한다. 특히 항염증 효과가 높은 식품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육류·단 음식·튀기고 기름진 음식 같은 염증 유발 식품을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美 연구팀 "강황, 항염증 효과 가장 높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은 지금까지 나온 '식품와 염증 반응'에 대한 총 1943개의 연구를 분석했다. 그리고 연구들에서 항염증 효과가 있거나, 염증을 유발한다고 많이 언급된 45개 식품과 영양성분을 추렸다. 그런 후 '식품의 염증 유발 지수'식을 만들어 염증 수치가 높으면 +1, 낮으면 -1, 효과가 없다면 0점으로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염증유발 지수가 가장 낮으면서 항염증 효과가 큰 식품은 강황(-0.785)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강황의 커큐민 성분이 강력한 항염증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커큐민은 지난 20년 동안 7000여 편에 달하는 논문과 연구를 통해 항염·항산화·항균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대학통합기능의학연구회 박석삼 회장(바로척의원 원장)은 "커큐민 속 PPAR 성분은 염증을 일으키는 매개인자를 차단한다"며 "강황 속 커큐민 성분은 염증 억제 약을 만드는데 주성분으로도 쓰인다"고 말했다. 박석삼 회장에 따르면 커큐민은 염증 억제 약물로 쓰이는 코티졸이나 페닐부타존과 효과가 비슷하면서 부작용은 없다.
체내 만성염증에 따른 각종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항염증 효과가 높은 강황, 식이섬유, 녹차·홍차 등을 먹는 것이 좋다. 해당 식품과 영양성분에는 염증을 억제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해 염증 반응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항염증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생강·마늘 등도 염증 완화 효과
강황 다음으로 항염증 효과가 큰 식품은 ▲식이섬유(-0.663) ▲녹차·홍차(-0.536) ▲생강(-0.453) ▲비타민C(-0.424) ▲마늘(-0.412) ▲양파(-0.301)순으로 나타났다.
▷식이섬유=호주 가번 의학연구소에 따르면 불용성 식이섬유는 대장에서 평범함 장(腸)내 세균을 장내 유익균으로 전환시켜 염증을 억제한다.
▷녹차·홍차=녹차와 홍차 속 '카테킨' 성분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활성산소가 많으면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많이 분비된다.
▷생강=생강 속 알싸한 향과 맛을 내는'진저롤'은 염증을 일으키는 채내 COX-2 효소를 억제해 염증을 완화해준다. 진저롤은 염증 완화 약 성분 중 하나인 이부프로펜과 효과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C=비타민C는 염증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성인 42명에게 매일 비타민C를 8주간 섭취토록 한 결과, 항염증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늘=마늘에는 강력한 항생제로 불리는 페니실린보다 살균력이 강한 알리신· 알리인 같은 황(黃) 함유 물질이 많다. 염증을 유발하는 대장균·곰팡이균·이질균 등을 없앤다.
▷양파=영국 식품연구소는 양파에 든 케르세틴이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만성염증을 예방한다고 밝혔다. 케르세틴이 혈관 내부에서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쌓이지 않도록 작용한다.
◇항염증 식품 많이 먹으면 대장암 발생 줄어
항염증 식품을 먹으면 대장암 발병 위험이 낮다. 국립암센터 암역학예방연구부가 지난달 영양학지(Nutrients)에 발표한 연구를 보면 항염증 식품(채소, 과일, 해조류, 콩류 등)을 가장 많이 먹은 그룹이 가장 적게 먹은 그룹보다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2.2배 낮았다. 김정선 박사는 "평소에 항염증 효과가 큰 강황과 마늘 같은 채소를 잘 챙겨 먹어야 한다"며 "이런 식품을 먹으면 육식을 즐기더라도 염증반응이 줄기 때문에 대장암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식품·영양성분으로는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등이 지목됐다. 이들 성분은 튀김이나 도너츠, 가공육에 많다. 성바오로병원 소화기내과 오정환 교수는 "포화지방, 트랜스지방은 장에 부담을 줘서 염증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